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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엄마의 육아일기

아버지 만나고 돌아오는 날

아마데우스76 2019. 1. 10. 15:15

어제 아버지를 뵙고  돌아왔다. 결혼을 한 후로는 아이가 어린지라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오랜만에 아버지뵈러 다녀왔다.

나의 어린날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장 생각나는 건 "아버지의 종아리"였다.

마당에서 엄마가 큰 대야에 이불을 빨면 아버지가 그 이불을 발로 밟아주곤 하셨다.

요즘이야 세탁기들도 있고, 전부 아파트이고, 빌라이고 하니 요즘에는 잘 볼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 나의 어렸을때는

통돌이만 있는 집도 많아서 집집마다 아버지 쉬실때는 흔히 볼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나 싶다.

빨래를 밟으실때마다 종아리에 움직이는 근육을 마루 끝에 앉아서 구경하곤 했었다.

아버지의 튼튼한 종아리를 볼때마다 우리 아빠는 힘이 센가봐 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버지의 종아리가 생각이 나는건 아마도 젊은 날의 아버지여서 그런게 아닐까..

내가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해서도 자꾸 기억이 나는 어린날 나의 기억속의 있는 아버지는 빨래를 열심히 밟아주시던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버지와 앉아 식사를 하는데 젊은 날 나의 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내 앞에는 70이 훌쩍 넘은 노인이 앉아 있다. 왠지 서글프다.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노인의 손과 얼굴에는 쭈글쭈글한 주름이 남아 있다.

젊음의 영광은 어디에도 없다.

나도 곧 저렇게 되겠구나.. 세월이 정말 유수와 같으니

부모의 품을 떠나 나도 또 다른 부모가 되고 , 또 나의 아이도 어느순간 나와 같은 마음이 들수도 있겠구나

왠지 바람도 많이 불고, 마음도 쓸쓸하고

아버지가 사주신 탕수육만 꾸역꾸역 먹다가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잠들기전 나의 아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애교쟁이 나의 아들..

아이와 내가 깔깔거리며 뽀뽀하고 껴안고 하니 우리 신랑 옆에고 "요놈들아~요놈들아~" 웃으면서 그만하란다.

난 너의 과거속의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